발제 박은철 교수 “청소년 비만 해결 위한 골든타임”
복지부 “도입 적극 찬성” vs 산업계 “물가 인상 및 실효성 의문”

김선민 의원, 10일 ‘설탕부담금’ 긴급 토론회 개최

‘설탕부담금 도입의 필요성과 쟁점 긴급 토론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설탕부담금 도입의 필요성과 쟁점 긴급 토론회’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가당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이른바 ‘설탕부담금(Sugar Levy)’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의료계와 정부는 미래 세대의 건강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입을 모았지만, 산업계는 물가 상승과 과학적 근거 부족을 이유로 강하게 맞서고 있다.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은 1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설탕부담금 도입의 필요성과 쟁점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두를 던진 이후 김선민 의원이 관련 법안을 대표발의한 직후 열려 정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좌장을 맡은 권덕철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개회사에서 “오래 전 유발 하라리 교수는 2012년 <호모 사피엔스>라는 책에서 설탕은 화약보다 더 위험하다고 표현했다”며,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에 따라 이미 120여 개국이 도입한 설탕세(또는 설탕부담금) 제도를 우리나라는 이제야 논의하게 된 점은 만시지탄”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박은철 교수 “가당음료가 주범…영국식 ‘계층형 부과’ 모델 도입해야”
주제 발표에 나선 박은철 연세대 보건정책 및 관리연구소 교수는 “설탕부담금의 타깃을 ‘모든 설탕’이 아닌 ‘가당음료’로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고체 형태의 당보다 액상으로 섭취하는 유리당(Free Sugar)은 체내 흡수가 빨라 혈당 스파이크를 일으키고 포만감을 주지 않아 과다 섭취를 유도한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남자 청소년의 비만율은 가당음료 섭취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구체적인 실행 방안으로 영국식 모델을 제안했다. 설탕 함유량에 따라 세금을 차등 부과하는 방식이다. 그는 “100ml당 설탕 5g 미만은 면제하고, 5~8g은 저단계, 8g 이상은 고단계로 나누자”며, 우리나라 경제 수준을 고려할 때 8g 이상 고함량 음료에는 리터당 약 300원, 5~8g 구간에는 225원 정도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박 교수의 추산에 따르면,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연간 약 2000억원의 세수가 확보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재원은 일반 회계로 편입돼서는 안 되며, 전액 소아·청소년의 건강 증진과 지역 필수 공공의료 강화에만 쓰여야 정책의 정당성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박 교수는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 ”고 말했다.

정부 “적극 찬성”…복지부·식약처, 제도 안착에 방점
정부 측 토론자들은 도입 필요성에 적극 공감했다. 정혜은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가당음료 부담금은 아동·청소년의 비만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이 국제적인 중론”이라며, “단순히 세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되는 품목에 비용을 부담시켜 건강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정 과장은 역진성 우려에 대해서도 “확보된 재원을 저소득층 아동의 건강 바우처나 체육 시설 확충에 쓴다면 오히려 건강 형평성을 높이는 효과(건강 누진적)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용기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생활영양안전정책과장은 제도 도입 시 발생할 수 있는 ‘풍선 효과’를 경계했다. 기 과장은 “설탕을 규제하면 대체 감미료(인공 감미료) 사용이 급증할텐데, WHO는 장기적인 체중 조절 목적으로 대체 감미료 섭취를 권장하지 않는다”며, “법안 논의 과정에서 대체 감미료 관리 방안도 함께 검토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산업계 “효과 불분명한 사실상 증세…물가 자극할 것”
반면 산업계는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상욱 한국식품산업협회 식품안전본부장은 “부담금이라는 명칭을 쓰지만,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을 초래하는 세금(Tax)과 다를 바 없다”며, “고물가 시대에 서민 장바구니 물가를 자극할 우려가 크다”고 반박했다.

이 본부장은 “덴마크는 부작용으로 제도를 폐지했고, 호주는 제도를 도입하지 않았음에도 성인 비만율이 증가했다”며, “설탕세와 비만 감소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국내 기업들이 이미 자율적으로 당류 저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신중한 접근을 요구했다.

입법조사처·소비자·언론 “세밀한 설계와 사회적 합의 필수”
제도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다양한 보완책도 제시됐다. 임사무엘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법적 명확성을 강조했다. 임 조사관은 “부담금을 신설하려면 부과 요건, 산정 기준, 부과율 등을 법률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하며,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연구에 따르면, 가당음료세 도입 시 의료비 절감 효과가 연간 약 236억 달러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며, “우리나라도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 등에 대한 계량적 분석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소비자의 입장을 대변했다. 강 회장은 “소비자들은 부담금이 단순히 기업의 가격 인상 명분으로 쓰이는 것을 경계한다”며, “저소득층에 부담이 전가되지 않으려면, 징수된 부담금이 동네 체육시설 확충이나 학교 급식 개선 등 피부에 와닿는 건강 증진 사업에 쓰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혜인 경향신문 기자는 대중의 오해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많은 국민이 설탕부담금이 도입되면 떡볶이 같은 일반 음식 가격까지 모두 오를 것이라고 걱정한다”며, “이번 정책의 타깃이 ‘가당음료’라는 점을 명확히 홍보, 불필요한 공포를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선민 의원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오늘 토론에서 확인된 것처럼 설탕부담금은 단순히 세수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결단”이라며, “산업계의 우려와 소비자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징수된 재원의 사용처를 법안에 명확히 규정해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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