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리아 버거, 부족한 토마토 대신 치즈·고기 사용
원두 부담 커지자 맛·향 비슷한 대체 커피 ‘산스’ 개발
카카오 생산 급감…귀리 등 활용한 대체 초콜릿 주목
최근 패스트푸드 업계 트렌드를 살펴보면 버거에 기본 식재료인 토마토가 빠진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토마토를 뺀 새로운 메뉴에 열광하며 빠르게 소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후 위기 속 식품·외식업계 트렌드로 새롭게 자리 잡은 ‘헤징푸드’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헤징(Hedging)’은 위험 분산, 위험 회피를 뜻하는 금융 용어다. 위험을 분산하거나 손실을 최소화하는 전략을 뜻한다. 이러한 금융 용어가 식품산업에도 적용되고 있는데 기후 위기, 전쟁, 물가 불안 등 코로나19 이후 매년 반복되는 식자재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만든 전략적으로 만든 메뉴를 ‘헤징푸드’라 일컫는다.
업계는 식자재 공급망의 불확실성 속에서 수급에 대한 우려가 아닌 대체 식재료를 활용해 개발한 메뉴를 선보여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기존 레시피를 변형하거나 재조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신제품 개발에 드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또 문제가 되는 식자재를 피해 브랜드 신뢰에도 도움이 되며, 재료가 빠진 이유를 소비자들과 공유함으로써 브랜드 대응력 제고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례로 토마토 수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던 햄버거 업계는 토마토 대신 고기와 치즈 등 다른 재료를 풍부하게 첨가한 신메뉴를 앞세워 위기를 극복한 바 있다.
롯데리아는 흑백요리사 출연자 나폴리 맛피아와 손잡고 ‘나폴리맛피아 모짜렐라버거’를 출시했다. 메뉴 특징은 번에 있다. 일반적인 번이 아니라 체다치즈와 모짜렐라 치즈를 녹여 만든 색다른 번을 사용했다.
한정 메뉴로 내놓은 이 제품은 출시 3개월 만에 400만개가 팔렸고, 지난 5월 정식 메뉴로 승격됐다. 롯데GRS에 따르면 나폴리맛피아 버거는 롯데리아가 지난 2년간 선보인 신제품 중 판매량이 가장 높았다.
맥도날드 역시 일반 패티와 비교해 2.5배 더 큰 ‘쿼터파운드 치즈’ 메뉴로 식자재 리스크에 대응했다.
또 커피업계는 국제 원두 가격이 연일 오르며 원가 부담이 커지자 원두 대신 과일주스 품목을 늘려 소비자 선택 폭을 넓히고 있으며, 특히 신세계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시그나이트는 국내 대체커피 브랜드 ‘산스(SANS)’를 운영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웨이크에 프리A(Pre-A) 투자를 단행해 눈길을 끌고 있다.
산스(SANS)는 국내 최초로 원두 없이 커피의 맛과 향을 유사하게 구현한 대체커피 브랜드다. 원두 대신 기후 변화와 무관하게 어느 나라에서도 하우스 재배가 용이한 대추씨, 치커리 뿌리, 보리 등의 12가지 원료를 조합해 아메리카노와 유사한 대체 커피를 개발했다.
원료 수급에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품목은 카카오다. 생산량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브라질 등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는 카카오는 기후 변화로 생산량이 급감해 몇 년째 수급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이에 캐롭, 귀리, 발효 보리, 해바라기 레시틴 등을 활용해 카카오를 대체한 초콜릿이 주목을 받고 있다. 맛과 가격 측면에서는 기존 카카오와 비교해 경쟁력이 없지만 원활한 원료 수급이 가능하다는 장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연세유업이 개발한 ‘피스타치오 초코우유’ ‘마카다미아 초코우유’가 대표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헤징푸드는 식자재 수급 불안에 따른 대응책이 될 수 있으나 탄력적으로 메뉴를 개발할 수 있다는 새로운 전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식품업계는 물론 외식업계, 식자재 유통사 등 이 변화의 흐름에 주목하고 있어 향후 헤징푸드가 식품산업 하나의 카테고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