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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소주·믹스커피 등 초가공식품, 편리함 뒤에 숨은 건강 적신호

  • 2025-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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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소주·믹스커피 등 초가공식품, 편리함 뒤에 숨은 건강 적신호
  •  김민 기자
  •  승인 2025.06.2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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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무기질 결핍 우려...“중·장년층일수록 영양 불균형 위험 높아”
연령 맞춤형 섭취 가이드 필요...식습관의 세밀한 전환 요구
영양학회, 40세 이상 1만3천명 대상 식품 섭취 데이터 분석 결과

현대인의 식탁을 빠르게 점령한 초가공식품. 편리함을 앞세운 이들 식품은 이제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하지만 그 편의성 이면에 숨어 있는 ‘영양 불균형’과 ‘건강 위험’의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최근 한국영양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한국 중·장년층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9)를 바탕으로 초가공식품 섭취 실태를 정밀하게 분석하며, 현대인의 식생활이 단순한 편의성 추구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에 이르렀음을 강조한다.

이 연구는 한국형 NOVA 분류 체계를 적용해 40세 이상 1만3천여 명의 식품 섭취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은 그룹일수록 총 에너지 및 지방 섭취량은 증가하고, 비타민 A·C·엽산 등의 섭취는 감소하는 양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소주, 국수, 믹스커피, 떡 등 일상적으로 소비되는 식품들이 주요 초가공식품 급원으로 확인됐다.

초가공식품이란 단순한 가공이 아닌, 다량의 식품첨가물과 산업적 공정을 통해 원형 식품의 특성을 거의 잃은 상태로 재구성된 식품을 뜻한다. 이러한 식품은 대체로 고열량·저영양 밀도가 특징이며, 세계보건기구(WHO)와 식량농업기구(FAO) 등도 초가공식품 섭취의 위험성에 주목하며 소비 감축을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많이 먹는다’에 있지 않다.

이번 연구는 연령대별 섭취 품목과 영양 특성을 세밀히 분석하며, “어떤 초가공식품을 선택하느냐”가 건강에 더욱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짚었다. 예를 들어, 초가공식품 섭취 수준이 높은 노인일수록 국수와 믹스커피 같은 고탄수·저영양 식품에 대한 의존이 높았다. 반면, 두유나 가공된 요구르트처럼 비교적 영양 밀도가 높은 초가공식품의 섭취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여, 일부 초가공식품이 고령자의 건강 유지에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한국 중·장년 및 노인의 연령별 초가공식품 섭취 현황과 주요 기여 식품
국민건강영양조사(2016–2019년) 데이터 활용. J Nutr Health 2025;58(1):59-76

이는 초가공식품이 무조건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닌, ‘선택과 분별의 대상’임을 의미한다. 연구를 주도한 단국대 김기랑 교수 연구팀은 “연령별 초가공식품 섭취 양상이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섭취 수준이 높을수록 필수 영양소 섭취는 줄고 나트륨이나 지방 섭취는 늘어나는 경향이 뚜렷했다”며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초가공식품의 섭취량보다 유형과 질을 따지는 전략적 식생활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한국에서 노인을 위한 고령친화식품 개발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들 식품은 대부분 초가공식품으로 분류된다. 씹기 쉽고 소화가 잘되도록 조직을 변형한 가공식품, 두유나 영양강화 요거트처럼 필수 영양소를 강화한 제품은 오히려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영양 섭취의 ‘균형’을 초가공식품 담론의 중심에 놓는다. “가공이냐 비가공이냐”의 이분법을 넘어서, 식품의 기능성과 맥락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혼자 식사하는 비율이 높은 초고령층에서는 간편한 가공식품이 중요한 영양 공급원일 수 있기에, 단순 섭취 제한이 아닌 스마트한 선택 가이드가 필요하다.

한국인의 식문화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소비자와 정책 당국은 모두 새로운 식생활 기준을 고민해야 한다. 초가공식품의 편의성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만큼 영양의 질을 고려한 정보 제공과 교육, 제품 개발이 동반되어야 한다. ‘많이 먹었는가’보다 ‘무엇을 선택했는가’가 건강을 좌우하는 시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