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두 자급률 7.7%, 수입선 다변화 시급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과 함께 미중 무역갈등이 재점화되면서 미국산 농산물 수출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미국산 대두와 옥수수에 의존해온 한국 식품·사료·에너지 산업 전반에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이 보복관세를 전면 재개하며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대폭 축소했고, 이에 따라 극동아시아행 선복량까지 줄어들면서 국내 수급에도 적잖은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코트라 뉴욕무역관 보고서를 통해 그 내용을 들여다본다.
관세 갈등에 미국산 수출 ‘줄취소’…미 농가·물류망 흔들려
미국 농업운송협회(AgTC)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미국산 농축산물의 중국 수출이 대규모로 취소되고 있다.
돼지고기, 대두, 옥수수 등 주요 품목이 직격탄을 맞고 있으며, 4월 마지막 주에는 1만 2천 톤에 달하는 돼지고기 수출 주문이 취소됐다. 이는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다.
한 미국 목재회사 대표는 “중국 바이어들의 주문 취소로 제품 가치가 20% 하락했고, 손실을 줄이기 위해 인력 감축까지 단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 내 수요만으로는 중국 수출 물량을 대체할 수 없다”며 구조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해상 물류도 마비…극동행 블랭크 세일링 속출
미중 갈등 여파는 해상 물류에도 확산됐다. ‘해방의 날’(4월 2일 관세 발표일) 이후 중국발 수출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극동아시아행 신선식품 수송 선편 68편에서 블랭크 세일링(blank sailing)이 발생했다. 블랭크 세일링은 운송 수요나 운임이 급감할 때 선사의 피해 최소화를 위해 예정된 운항을 취소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수출 가능한 선복량도 급감하고 있다.
<미국 월별 농산물 컨테이너 수출 동향>
(단위: TEUs)

물류업계 관계자는 “선복 확보를 위해 프리미엄 운임을 지불해야 하는데, 미국산 농산물처럼 단가가 낮은 상품은 물류비 급등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4월 둘째 주 기준 미중 간 운항 선편은 전주 대비 22.2%,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AgTC 관계자는 “중국행 화물은 일본·대만·두바이 등지로 우회 운송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으나 현실적으로 대체 항로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행 선복 확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한 물류 전문가는 “올해 한국 수출량은 이미 3년 평균보다 낮은 상황이며, 최근에는 항로 취소, 블랭크 세일링, 감편이 이어지고 있다”며 “선복량 감소와 운임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기에 10월부터 중국 선박에 대한 입항세가 부과될 것으로 예고되면서, 극동아시아 물류 여건은 더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높다.
미중 무역갈등 재현…대두·옥수수 수출 타격 현실화
트럼프 1기 당시에도 미국 농가는 중국의 보복관세로 대규모 손실을 입은 바 있다. 당시 중국은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했고,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피해가 발생했다. 미 정부는 이에 230억 달러에 달하는 농가 지원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번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미국산 닭고기 수입은 전년 대비 80%, 면화는 90% 감소했고, 옥수수는 무려 99% 급감했다. 미국산 농산물 의존도는 2017년 40%에서 2024년 20%까지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중국은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과 9억 달러 규모의 곡물 구매 MOU를 체결하며 수입선을 재편했다. 미국 대두 수출은 2022년 344억 달러에서 2024년 245억 달러로 2년 새 30% 가까이 감소했으며, 중국 수출 비중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2024-2025 시즌 미국의 주요 농수산물 전세계 점유율>

한국도 수급 ‘위기 경보’…대체 수입국 확보 경쟁 치열
이 같은 변화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한국은 미국의 12번째 대두 수출국이지만, 한국 입장에서 미국은 대두 수입량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공급국이다.
2024년 기준 한국은 미국에서 총 58만 톤(전체 수입량의 50%)의 대두를 수입했다. 옥수수도 전체 수입량의 22%가 미국산이며, 대미 수입액은 6억 9918만 달러로 전년 대비 2.5배 증가했다.
<최근 3년간 미국 옥수수 수출 동향>
(단위: US$ 천, %)

<최근 3년간 미국 대두 수출 동향>
(단위: US$ 천, %)

그러나 중국이 미국산을 회피하고 브라질산을 대량 확보하면서, 한국이 브라질·아르헨티나산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아지고 있다. 선물거래소 CME Group은 “2025년 중국이 미국산 대두 선물을 전혀 구매하지 않았고, 브라질산이 대부분 수요를 충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두·옥수수, 한국 식품·축산·에너지 산업 ‘핵심 원료’…자급률 7.7% 불과
대두는 두유, 두부, 간장·된장 등 한식 제조에 널리 사용되며, 탈지대두박 형태로 가공돼 가축 사료와 식용유의 원료로도 쓰인다. 옥수수는 사료는 물론 바이오에탄올과 같은 친환경 연료로도 활용된다.
이처럼 식품에서 에너지까지 산업 전반에서 필수적인 곡물이지만, 2022년 기준 국내 대두 자급률은 7.7%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현재 한국은 미국산 농산물 수입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를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수급 동향에 따라 공급망 리스크가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에 따라 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국가와의 직접 교역 강화, 해외 공동 구매 전략, 수입 품목 다변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국산 대두 재배 확대와 같은 구조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