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
비만과 당뇨병을 줄이자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문제는 방법이다. 최근 소아·청소년 비만과 만성질환 예방을 명분으로 설탕 함유 음료는 물론 대체감미료를 사용한 음료에도 부담금을 부과하자는 이른바 ‘설탕세(Sugar Tax)’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취지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좋은 명분이 좋은 정책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국민 건강을 내세운 정책일수록 과학적 근거와 실효성, 비용과 편익을 더욱 엄격하게 검증해야 한다.
설탕부담금 도입을 주장하는 측은 음료 가격을 올리면 당류 섭취가 줄고 비만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음료 소비 감소가 실제 비만율과 당뇨병 발생률 감소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입증해야 할 문제다. 가격이 오른 음료 대신 다른 고열량 식품을 선택할 수도 있고, 소비행태가 바뀌더라도 전체 열량 섭취가 줄어든다는 보장은 없다. 비만은 당류뿐 아니라 총열량 섭취, 신체활동, 수면, 생활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다. 복잡한 건강 문제를 특정 식품에 대한 부담금으로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지나치게 단순하다. 참고로 이번 국내 논의의 대상은 엄밀히 말해 일반적인 세금이 아니라 특정 목적의 재원 조성을 위한 ‘설탕부담금’이다. 명칭이 무엇이든 국민과 산업계에 경제적 부담을 지운다는 점에서 정책적 정당성을 따져야 한다.
더욱 엄격하게 살펴야 할 대목은 재원을 둘러싼 이해관계다. 설탕부담금으로 조성한 돈을 비만 예방이나 건강증진사업에 사용한다면, 해당 사업을 수행하거나 재원을 배분받는 기관과 단체는 제도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부담금 도입을 주장하는 단체가 향후 사업비나 지원금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 그 주장이 과연 독립적인 정책 판단인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 정책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과 그 정책으로 조성된 재원의 수혜자가 겹친다면 이해충돌 여부부터 확인해야 한다. 건강이라는 공익적 명분이 재정적 이해관계를 가리는 방패가 되어서는 안 된다.
물론 부담금 도입을 지지한다고 해서 특정 학자나 단체에 사심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공익을 위한 진정성 있는 주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선의가 검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정책을 지지하는 측은 기대효과를 뒷받침하는 연구뿐 아니라 예상되는 부작용, 재원 배분 구조, 수혜기관의 이해관계까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정부 역시 찬성论만을 정책 근거로 삼아서는 안 된다. 반대·신중론을 균형 있게 검토하고, 독립적인 비용·편익 분석과 이해충돌 검증을 거쳐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면 결정 과정부터 공정해야 한다.
설탕뿐 아니라 대체감미료를 사용한 제로 음료까지 부담금 부과 대상으로 삼는 것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설탕과 대체감미료는 화학적 특성, 감미도, 사용량과 에너지 제공 특성이 서로 다르다. 일부 고감미도 감미료는 설탕보다 수백 배 강한 단맛을 내므로 실제 사용량도 크게 다르다. 이런 차이를 무시한 채 동일한 기준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과학적 근거가 필요하다. 특히 당류 섭취를 줄이기 위해 제로 음료를 선택한 소비자에게까지 일률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것은 정책 목표와 수단 사이의 모순을 낳을 수 있다. 규제의 기준은 막연한 우려나 정치적 편의가 아니라 실제 위해성, 섭취량과 노출 수준이어야 한다.
국제적으로 설탕 함유 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국가가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당류 섭취 감소를 위한 정책 수단으로 관련 과세를 권고해 왔다. 그러나 해외에서 시행한다는 사실만으로 국내 도입의 타당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마다 식생활과 소비행태, 소득 수준, 세제 구조와 보건의료 환경이 다르다. 해외 사례를 인용하려면 음료 소비 감소뿐 아니라 장기적인 건강효과, 저소득층의 부담, 산업에 미치는 영향, 실제 재원 사용의 성과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정책 효과가 불확실하다면 성급한 제도화보다 실증자료 확보와 사후평가 체계를 먼저 마련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설탕부담금 논의에 앞서 추진할 수 있는 대책도 많다. 영양표시를 개선하고, 어린이·청소년의 영양교육을 강화하며, 학교와 가정에서 건강한 식품을 선택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식품업계의 자발적인 당류 저감과 제품 개선도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국민이 당류 섭취와 건강의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스스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세금은 이러한 대책의 효과와 한계를 검토한 뒤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정책 수단 중 하나이지, 처음부터 정답으로 정해 놓을 수단이 아니다.
국민 건강은 돈을 더 걷는다고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설탕부담금이 실제로 건강을 개선하는지, 그 비용은 누가 부담하고 걷은 돈은 누구에게 돌아가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정책의 수혜자가 정책의 설계와 평가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국민은 공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건강이라는 명분 뒤에 재정적 이해관계가 숨어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검증해야 한다. 국민 건강을 위한 정책이라면 더욱 엄격한 과학적 증거와 투명한 재원 관리가 필요하다. 설탕부담금 논쟁의 출발점은 과세가 아니라 과학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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