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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영양소’ 논란, 피해야 할 위험인가 활용해야 할 기능인가

  • 2026-05-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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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성 식품 ‘항영양소’ 논란, 피해야 할 위험인가 활용해야 할 기능인가
  •  이지현 기자
  •  승인 2026.05.22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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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틴·피트산·라피노스·이소플라본 둘러싼 소비자 불안 확산
전문가들 “조리·발효·균형 식단 속 건강상 이점 더 커”

최근 식물성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콩과 곡물, 채소에 들어 있는 ‘항영양소’와 ‘이소플라본’을 둘러싼 소비자 불안도 함께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일반적인 식생활을 유지하는 소비자라면 이들 성분을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낮다고 설명한다. 렉틴, 피트산, 라피노스 등은 조리와 발효 과정을 통해 상당 부분 조절될 수 있으며, 오히려 항산화, 장 건강, 혈당 조절 등 다양한 생리적 이점이 보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식물성 식품은 채소, 콩류, 통곡물 등을 중심으로 섬유질과 비타민, 미네랄, 파이토케미컬이 풍부해 건강 식단의 핵심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을 중심으로 일부 식물성 식품에 포함된 특정 성분들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는 정보가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도 커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오해를 받고 있는 성분이 바로 항영양소와 이소플라본이다.

항영양소, 식물의 방어 물질이자 기능성 성분

항영양소는 체내 특정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할 수 있는 물질로, 주로 식물에 자연적으로 존재한다. 이는 식물이 외부 환경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일종의 천연 방어 물질이다. 콩에 풍부한 렉틴, 곡물에 많은 피트산, 십자화과 채소와 콩류에 들어 있는 라피노스 등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이들 성분이 ‘영양소 흡수를 방해한다’는 측면만 부각되면서 식물성 식품 전체에 대한 불필요한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렉틴은 장이 예민한 사람에게 점막 자극이나 영양소 흡수 방해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용성 단백질인 만큼 물에 담그거나 가열하는 일반적인 조리 과정을 거치면 활성이 상당 부분 감소한다.

미국 건강식단 전문매체 ‘스트리트 스마트 뉴트리션’의 대표이자 공인 영양사인 카라 하브스트리트는 포브스를 통해 “렉틴의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을 보여주는 연구는 대다수가 세포, 식물, 동물을 대상으로 진행됐다”며 “해당 결과를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조리와 발효가 줄이는 우려, 연구가 밝히는 가능성

피트산 역시 철분, 아연 등 미네랄과 결합해 체내 흡수를 떨어뜨릴 수 있는 성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물에 담그거나 발효, 절임 등의 조리 과정을 거치면 함량을 줄일 수 있으며, 동물성 식품이나 과일 등을 함께 섭취하는 균형 잡힌 식단에서는 실제 영양 결핍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오히려 최근에는 피트산의 기능성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콜레스테롤 감소, 혈당 상승 억제, 항산화 효과 등이 보고되고 있으며, 이노시톨 헥사키스포스페이트(IP6)라는 이름으로 면역 및 세포 건강 관련 소재로도 활용되고 있다. 암세포 증식 억제, 염증 반응 및 산화 스트레스 조절과 관련한 연구도 확대되는 추세다.

라피노스도 마찬가지다. 라피노스는 소장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으로 이동해 장내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는 올리고당으로, 이 과정에서 가스가 생성돼 복부 팽만감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돕고 단쇄지방산 생성을 증가시키는 프리바이오틱스 성분으로도 평가된다. 국내와 일본에서는 이미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 건강기능식품공전 기준에 따른 일일 섭취량은 3~5g이다.

이소플라본, 우려보다 여성 건강 기능성에 주목

콩의 대표적인 생리활성물질인 이소플라본도 오해가 많은 성분이다. 이소플라본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여성 호르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그러나 연구에 따르면 이소플라본은 폐경 전에는 체내 에스트로겐과 경쟁적으로 결합해 항에스트로겐 작용을 하고, 폐경 후에는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소플라본은 뼈 건강, 심혈관질환, 폐경기 증상 완화, 생리 전 증후군 개선 등 여성 건강과 관련한 기능성 성분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갑상선 기능 저하 우려도 제기된 바 있으나, 일반인과 무증상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에서는 요오드를 충분히 섭취하는 경우 이소플라본이 갑상선 호르몬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중요한 것은 특정 성분을 무조건 피하는 것이 아니라, 식품의 특성과 섭취 방식을 이해하는 일이다. 충분히 익히고, 물에 담그고, 발효와 절임 등 전통적인 조리법을 활용하면 항영양소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낮출 수 있다.

식물성 식품은 피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할 대상

항영양소와 이소플라본은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는 일반 소비자에게 건강상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낮으며, 오히려 다양한 생리적 이점을 함께 지닌 성분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도 식품 섭취 시 미량의 항영양소로 인한 잠재적 유해성보다 건강상 이점이 훨씬 크며, 이를 피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식물성 식품을 둘러싼 논란은 결국 ‘위험한 성분이 들어 있다’는 단편적인 정보보다, 어떤 식품을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섭취하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콩과 곡물, 채소는 여전히 현대인의 건강 식단을 구성하는 중요한 식품군이며, 항영양소와 이소플라본 역시 과학적 이해와 균형 잡힌 섭취 속에서 충분히 건강한 식생활의 일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