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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원산지 표기 ‘한 줄의 실수’…현장을 조사실로

  • 202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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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름 식품기술사의 컴플라이언스 리포트] ⑤ 원산지 표기 ‘한 줄의 실수’…현장을 조사실로 끌어들인다
  •  이아름 식품기술사
  •  승인 2026.04.3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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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산을 국내산으로 잘못 입력한 단순 실수, 그러나 결과는 검찰 조사
“관리했느냐”가 아니라 “입증할 수 있느냐”…현장에서 갈리는 조직의 운명

고객 문의 한 통…단순 실수가 사건으로 번져

“국내산이라 해서 샀는데, 받아보니 태국산입니다.”

어느 날 들어온 고객 문의 한 통이 현장을 단숨에 긴장시켰다. 단순한 클레임처럼 보였지만,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분위기가 급격히 무거워졌다. 

제품을 다시 점검해보니 실제 원산지는 태국산이 맞았다. 문제는 제품이 아니라 판매 페이지였다.

‘입력 오류’에서 ‘형사 리스크’로…상황은 빠르게 전환

상품 등록 과정에서 원산지가 ‘국내산’으로 잘못 입력된 상태로 판매가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의도된 조작은 아니었고, 단순 입력 실수에 가까웠다. 그러나 원산지 표시는 ‘실수’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무겁게 전개됐다.

결국 현장 책임자는 검찰 조사에 출석하게 됐다. 조사 과정에서 들은 말은 단순한 경고 수준이 아니었다.
“이 사안이 전과 기록으로 남으면 해외 출입국에도 영향이 있습니다.” 그 한마디가 상황의 무게를 단번에 실감하게 했다.

원산지 허위 표시는 법적으로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 벌금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이다. 흔히 ‘표기 실수’로 치부되던 문제가 실제로는 개인의 경력과 조직의 신뢰를 동시에 흔들 수 있는 리스크라는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무죄를 만든 결정적 차이…‘관리’가 아니라 ‘입증’

현장은 즉시 대응에 들어갔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관리의 흔적들을 하나씩 다시 꺼내기 시작했다. 원산지 교육 이력, 신규 직원 대상 교육 내용, 현장 점검 방식, 외부 컨설팅 기록까지, 그동안 쌓아왔던 모든 자료를 재정리했다.

교육 기록과 점검 기록, 그리고 관리 매뉴얼. 평소에는 형식적인 문서처럼 여겨졌던 것들이 그 순간에는 조직의 책임을 설명할 수 있는 핵심 근거로 작용했다.

결국 이 상황에서 답해야 할 질문은 단 하나였다.
“이 조직은 원산지를 관리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왔는가.”

정리된 자료들은 그대로 제출되었고, 결과는 무죄 판정을 받았다.
고의성이 없었고, 무엇보다 교육과 점검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져 왔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분명해진 것이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드러나는 조직 간의 결정적인 차이다.
‘관리하고 있는 조직’과 ‘관리하고 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조직’의 차이다.

원산지 리스크의 본질…결국 남는 것은 기록

현장에서 원산지 문제는 대부분 사소한 지점에서 시작된다. 입력 하나의 오류, 표기 하나의 착오, 확인 한 번의 누락과 같은 아주 작은 틈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일단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상황은 완전히 다른 국면으로 전환된다. 단순 점검이 아니라 조사로 넘어가고, 판단 기준 또한 훨씬 엄격해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장 먼저 확인되는 것은 시설이나 설비가 아니다. 현장의 기록이다.
교육이 실제로 이루어졌는지, 점검은 어떤 방식으로 반복되어 왔는지, 관리 체계가 문서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작동해왔는지 여부. 모든 판단은 결국 ‘남아 있는 것’을 기준으로 이루어진다.

원산지 관리는 단순히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 시스템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했음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관리’로 인정된다.

작은 표기 하나가 문제의 출발점이 된다. 그리고 그 작은 균열이, 어느 순간 현장을 조사실로 이어지게 만든다.

이아름 식품기술사는...
국내 식품 연구소에서 15년 이상 국내외 유통사 및 제조사를 대상으로 식품안전 시스템 구축·적용, 컨설팅, Audit(FSSC22000, HACCP) 및 교육 업무를 수행해 왔다.

현재는 식품 안전·법규·인증 기준을 중심으로 외식업과 식품 제조업 현장을 연결하는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장에서 반복되는 문제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실무 기준에서 실제로 적용 가능한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저서 『음식점과 제조업을 지켜주는 단 한 권의 가이드』를 통해 창업 및 운영 과정에서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를 정리했으며,

프랜차이즈 업태별 식품안전 관리 주체와 법·제도 보완 필요성을 분석한 논문 “The Korean food franchise industry: Diverse development and conceptual definitions of a food safety managing body”를 공동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