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업계 이해하는 형태로 공개·소통도

식품 및 축산물 안전관리인증(HACCP) 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 우리 사회의 식품안전관리 방식은 오랫동안 ‘사후 대응’ 중심이었다. 사고가 발생하면 조사와 행정처분을 하고, 그제야 제도 개선을 모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식품의 HACCP 도입을 통해 사전 예방적 체계로 많이 바뀌었지만, 기상이변과 세계 곳곳의 전쟁과 물리적 충돌 등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정 등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새로운 위해 요소가 발생하고 있어 여전히 현 체계만으로는 사전 예방적 대응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입법 예고한 식품위해예측센터 지정 제도는 바로 이러한 한계를 넘어, 과학적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사전에 위해를 예측·관리하겠다는 정책적 전환의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식약처장은 대학·연구기관, 법인 등 외부 전문 기관을 위해예측센터로 지정해 위해 요소 정보를 수집·분석·평가하도록 하고, 이 결과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추진 중이다. 이는 미국 FDA의 수입식품 예측 시스템(PREDICT), EU의 RASFF(신속경보시스템) 등 선진국 사례와 궤를 같이한다. 특히 지정 제도를 통해 분석 기능을 공적 시스템 안에 정식 편입한다는 점에서 한 단계 진일보한 정책적 의의가 있다.
다만, 제도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해 보인다.
첫째, 위해예측센터가 단순히 지정만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과 전문성을 잘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 집행기관이 분석 결과를 과도하게 통제하거나, 불편한 결과를 배제한다면 과학적 리스크 예측의 본래 취지가 훼손되기 쉽다. 지정·평가 과정에서 외부 전문가 심사위원회 등 객관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위해 예측의 성패는 결국 데이터 품질과 연계성에 달려 있다. 생산·수입·유통 단계별 이력, 소비 패턴, 기후 데이터 등 방대한 데이터를 통합 분석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민간 기업과 학계, 타 부처 간 정보 공유를 법·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동시에, 데이터 표준화와 품질 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
셋째, 위해 예측 결과를 정책 당국에만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와 업계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공개·소통하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의 신뢰를 얻고, 식품기업의 자율적 위해 예방 활동도 촉진된다.
식품 안전은 국민 건강권과 직결되는 공공의 가치다. 위해예측센터 지정 제도는 HACCP과 함께 ‘안전관리 패러다임’을 사후 대응에서 사전 예방으로 옮기는 진일보한 큰 걸음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제도가 단순한 형식적 운영에 그친다면 기대했던 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다.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분석, 독립성과 전문성 보장, 결과 공유를 통한 신뢰 회복 등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실질적 운영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식탁에 앉을 수 있는 사회, 식중독 사고가 획기적으로 감소하는 사회, 그것이 바로 과학적 위해 예측 시스템이 향해야 할 진정한 목표다.
갈수록 다양화되는 식품 위해요소들에 대한 시대적 필요에 부응하는 사전예측센터 지정 운영을 통해, 식품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식품의 안전성 확보에 크게 이바지하는 정책으로 그 효과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