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 이후 지원 강화하고 급식 등 연계 확대해야

2025년 대한민국이 마침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서면서, 고령 인구는 단순한 복지 차원을 넘어 산업 구조와 소비문화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고령친화식품’이 고령자의 건강 유지와 삶의 질 향상에 직결되는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 잡으면서,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주관하는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제도’가 고령자 맞춤형 식품 개발을 촉진하고, 산업 전반의 품질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령친화우수식품은 고령자의 섭취, 영양 보충, 소화·흡수 등을 돕기 위해 물성이나 형태, 성분 등을 조정하여 제조·가공한 식품으로 고령자의 사용성을 높인 제품을 말한다. 또 1단계는 치아로 섭취할 수 있는 식품, 2단계는 잇몸으로 섭취 가능한 식품, 3단계는 혀로 섭취 가능한 식품으로 분류한다. 지정된 제품에는 진흥원이 부여하는 전용 인증마크를 부착할 수 있으며, 공공 급식 연계, 유통 채널 확대, 국내외 홍보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2024년 기준 약 141개 제품이 지정되었으며 2024년도 매출 규모는 114억 3800만 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약 2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연화식, 간편 대체식, 고단백 영양보충식 등이 포함돼 있다. 이 제도는 단순히 ‘고령자도 섭취할 수 있는 식품’을 넘어, 고령자의 건강 유지와 영양 불균형 해소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고령친화산업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제도는 여전히 초기 단계로, 몇 가지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소비자 인식이 낮다.
‘고령친화우수식품’이라는 용어 자체가 생소하고, 대형마트나 온라인 유통 플랫폼에서의 표시 및 홍보가 미흡하다. 고령자 본인은 물론, 구매를 대리하는 가족 구성원조차 정보 접근성이 떨어진다. 또한 일부 기업들은 지정 기준의 구체성 부족, 심사 기간의 불확실성, 그리고 인증 이후 실질적 지원 부족을 지적한다.
제품이 지정되었더라도 실질적인 판매 촉진이나 유통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지정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산업-유통을 잇는 생태계적 접근이 절실하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일본은 고령친화식품 정책의 선진국으로 꼽힌다. ‘기능성 표시 식품 제도’를 통해 과학적 근거가 있는 건강기능성 식품의 자율 등록을 허용하고, 지방정부 및 요양시설과 연계한 공공 급식 확대 정책을 실행 중이다. 특히 일본 농림수산성은 ‘스마일 케어 푸드(Smile Care Food)’라는 통합 브랜드를 운영하며, 음식의 연화 정도에 따라 식품을 분류해 고령자의 선택 편의성을 크게 높였다.
유럽의 접근은 더 포괄적이다. 예컨대 스웨덴의 ‘실버푸드 프로젝트(Silver Food Project)’는 고령자의 인지 기능 저하와 식욕 감소 문제에 주목해, 디자인과 맛, 조리법, 냄새, 식감까지 고려한 통합 설계형 식품을 개발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섭취를 넘어, 삶의 질을 높이는 식품 정책으로 나아가는 방향성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고령친화식품 산업의 도약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전략적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첫째, 표준화된 제품 분류 체계 도입이다. 일본처럼 연화 단계나 기능별(예: 인지 개선, 근 감소 예방 등) 분류 체계를 구축하면, 소비자의 선택 편의성과 의료기관과의 연계성이 함께 높아질 수 있다.
둘째, 공공 급식 및 병원 식단과의 연계 확대이다. 지정 제품을 노인복지시설, 요양병원, 경로식당 등 공공 급식 현장에 적극 공급함으로써, 시장성과 실효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셋째는 지정 이후 지원 강화다. 우수제품 지정 이후에도 온라인 홍보, 공공기관 입찰 시 가산점 부여, 해외 바이어 연계 마케팅 지원 등 실질적인 사후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그 외 인증마크를 활용한 전용 BI 및 홍보 캠페인을 통해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고령친화식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확산시켜야 한다.
고령친화우수식품 지정제도는 단순한 품질 인증을 넘어, 대한민국의 고령사회 대응 전략의 핵심 축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이 선도하는 이 제도가 민간, 공공, 의료, 소비자 간의 유기적 연계를 이룬다면, 고령친화식품은 단지 영양 공급 수단을 넘어서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동력이 될 것이다.
진흥원에서는 제도의 내실화와 고객들의 피해 예방을 위해 식품기술사협회 소속 기술사들을 통해 지정기업 대상 현장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진정한 웰에이징(Well-Aging)은 거창한 기술보다 작은 배려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배려는 하루 한 끼, 식탁 위의 변화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갈수록 출생 인구는 급감하고 베이비부머 세대를 포함한 고령 인구는 급증해 고령친화식품 시장은 갈수록 확대될 수밖에 없다. 수요층인 고령자들의 니즈에 잘 맞는 제품개발과 서비스 제공이 사업 성공의 비결이 될 것이다.